산림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산불 진압 현장에 투입할 일반 공무원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산림청은 국가 재난 수준의 산불이 났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노조는 “일반 공무원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일반 공무원 산불진화대 구성 계획을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 13일 ‘산불 진화인력 동원체계 전환 대책’을 시행한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일반공무원 150명 규모로 구성될 ‘산불진화대’ 구성을 위한 명단을 오는 2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번 대책은 진화 교육과 경험이 없는 일반공무원이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되면서 나타났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화된 필수인력 중심으로 동원체계를 전환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직장예비군 ▲산불 진화 경험자 ▲험준한 산악지에서 진화가 가능한 신체 건강한 자 ▲산불 진화 참여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공무원 진화대’를 편성하고, 실제 산불진화에 투입이 가능하도록 주기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에 대한 인권과 생명권은 안중에도 없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공무원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산불 화재 현장은 어느 재난 현장보다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때문에 그동안 소방과 산림청 헬기를 중심으로 공중 진화를 하고, 전문 산불진화대 등이 나서서 큰불을 진화했다. 그러면 지자체 공무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갈퀴와 물 펌프로 잔불을 제거하고, 피해 주민 보호와 지원 업무를 맡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이제 일반 공무원에게 화재 진압까지 맡기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건물에 불이 나면 공무원을 모아서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소방공무원을 기다린다. 산불도 마찬가지”라며 “예산을 투입해 전문적인 인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산불 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정부는 지자체와 산불 대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주일 만에 진화대 명단을 제출하라고 통보하고, 그 운영 등 모든 책임은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고, 지방자치단체를 무시하는 폭력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무원진화대를 구성하고 명단을 내라고 재촉하면, 본인의 생명이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8, 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는 “일반 공무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공무원 산불진화대 구성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부는 재난에 대한 예산을 확대해 주먹구구식이 아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산림청 관계자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대형 산불이나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지자체장이 공무원들에게 비상 동원 발령을 내릴 때 교육을 받고 장비를 갖춘 공무원만 투입하자는 것”이라며 “일반 공무원 진화대는 큰불을 끄고 난 뒤 잔불이나 뒷불 감시를 하는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고, 산림보호법 등에도 공무원 진화대를 위한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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