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가 올해 초부터 당직 근무에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 '혼성당직제'를 운영해 공직내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17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청 당직제도는 지난 1월부터 평일·주말·공휴일이나 일직(오전 9시~오후 6시)·숙직(오후 6시~익일 오전 9시) 관계없이 남성 공무원 2명, 여성 공무원 2명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당직자 4명은 당직사령(5·6급 공무원)과 3명의 당직원(7급 이하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단,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만 5세 미만 자녀 양육 및 한부모 가정 여성은 숙직 근무에서 제외됐다.
이전에는 시청 평일 숙직의 경우 남성 공무원 4명이, 주말·공휴일 숙직의 경우 남성 공무원 1명이 돌아가면서 전담했다. 여성 공무원은 주말·공휴일 일직 근무를 맡았다.
하지만 수원시 여성 공무원 비율이 지난 2015년 53%에서 지난해 62%까지 늘면서 숙직을 전담하는 남성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지난 20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남성 공무원의 숙직 전담은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대구시 한 공무원의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수원시에서도 혼성당직제 도입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남녀 차별 없이 숙직 근무를 수행하자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 수원시가 지난해 3월 내부 전산망을 통해 공무원 580명(남 304명·여 2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5%가 혼성당직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시의 혼성당직제 운영으로 남성 공무원이 매달 평균 1회에서 남녀 공무원 모두 3~4개월에 1회 꼴로 당직을 서면서 남성 공무원들의 당직 근무로 인한 업무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수원시 남성 공무원 2명이 숙직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임홍조 기자
최근 당직사령 근무를 맡았던 수원시 공무원 A씨는 "그동안 숙직 근무를 선 다음날 오전 근무를 쉬면, 업무 공백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곤 했다. 심지어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숙직을 마치고도 오전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서 "혼성당직제 도입 이후에는 이런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원시 공무원 B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남성 공무원 수가 부족해 한 달에 많으면 2번까지 당직을 서기도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 업무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또 혼성당직제는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 정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혼성당직제는 경기도 시·군 전역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미 안산시, 평택시 등은 혼성당직제를 운영 중이고, 최근 수원시까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하남시 등에서 벤치마킹 의사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직원들의 쾌적한 당직 근무 환경을 위해 휴게시설 뿐만 아니라 근무지도 남녀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며 "조만간 혼성당직제 도입에 대한 만족도 조사와 함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개선점을 발굴·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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